2월 16 2005
빈이 소식이 뜸해서…
어제도 외할머니에 꿋꿋하게 잘 살고 있는 빈이보러 갔습니다. 이제는 옛날처럼 아빠를 보면 기뻐서 어쩔줄 모르며 기어나오는 모습이 아니라 반가운데 머뭇거리다가 반갑게 안아주면 그때서야 밝은 얼굴로 반깁니다.
빈이랑 같이 저녁을 먹고 언니 윤영이가 mp3플레이어를 샀는데 설치를 못해서 오라고 해서 빈이 잠깐 보고 나서는데 이놈이 이제는 엄마아빠가 가는 것을 아는지 작은방에 가서 자기옷과 할머니 외투를 꺼내서는 할머니보고 입혀달라고, 엎혀달라고 하면서 보낼 준비를 합니다.
아파트 문앞에서는 절대 인사도 안하고 꼭 아빠차까지 따라나와서는 빠이빠이를 하면서 작별인사를 합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는…그리고는 아무일 없듯이 들어가서 우유먹고 할머니랑 연속극보면서 잔답니다.
빈어엄마는 요새 일이 힘든지 그냥 빈이랑 같이 살고 싶다고 합니다. 아빠도 빈이랑 그냥 같이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우리 빈이를 위해라는 미명아래 아직은 힘들어도…아자! 빈이엄마 화이팅! 비니도 화이팅!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2월 21 2005
세월이 지나가면…
설날에 촌에 다녀왔습니다. 무심코 매일 지나쳐 보이는 벽시계가 문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벌써 30년이 훌쩍 넘어버린 일본 Seiko사의 벽시계입니다.
빈이아빠가 태어나기 전에 빈이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선물로 집을 분가하면서 받은 시계인데 한번은 테옆을 너무 세게 감아 터져버려서 수리한 이후로 근 30년 이상을 그렇게 그 자리에서 밥만 주면 제일을 묵묵히 하는 그런 친구입니다.
세월이 지나가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빛바랜 나무판과 칠이 벗겨진 곳, 무슨 이유로 조금씩 깨어진 나무조각 틈들이 누가 봐도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무언가를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데…
어제는 큰엄마 병문안을 갔다 왔습니다. 그제 저녁에 빈이 할머니께서 전화를 해서 큰엄마가 큰 수술을 해서 가보라고 했습니다. 벌써 나이가 칠순인데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요즘의 날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바깥의 찬기운을 쐬시고 혈관이 막혀 심장수술을 하셨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큰엄마는 빈이할머니가 농사 짓는다고 바빠서 빈이아빠를 키우셨습니다. 근 10여년을 같이 사시면서 키우시다 큰집이 도회로 이사를 가면서 매해 명절에나 찾아갈 수 밖에 없는데…
빈이아빠가 큰 수술을 받을 때도 그 먼길을 하루만에 찾아오셔서 눈물로 지켜보시던 때가 어꺼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훌쩍 넘어버리고 이제는 손녀 시집가기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세월이 가는 것을 어쩔 수는 없지만 시골집의 시계처럼 외관이 낡고 해도 계속적으로 관리만 해주면 언제까지라도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벌써 세월은 그렇게 한가하게 그 자리를 지키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제 어떻게 돌아가실지 몰라 오늘 안뵈면 안될 것 같아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다녀왔습니다. 물론 빈이도 큰할머니께 무지 많은 재롱을 피우다 왔습니다. 건강하게 사시다가 편안히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By vinipapa • 엄마아빠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