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 2005
몇십년만에 눈맞으며…
함박눈이 내리는 날 회사에서 숙직이라 저녁 늦게까지 안자고 있었더니 차위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회사 창고에 차를 넣고 밤새도록 거리의 가로등불에 비치는 새하얀 눈을 보면서 옛날 눈맞으며 놀던 기억들에 젖어서 한밤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밤새도록 내린 눈에 언덕길을 차몰고 올라가다 헛바퀴가 돌아서 미끄러지고 하면서 겨우 주차를 시키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그사이 변해버려 그 많던 흰눈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여름 소나기 뒤 세상처럼 변해 있더군요.
빈이 병원 가는 길에 고속도로는 염화칼슘과 제설장비로 깨끗하게 뚫려 녹은 눈은 앞차량 바퀴에 힙쓸려 차창에 부딪히고 봄햇살이 흰눈에 반사되어 기온은 겨울인데 거울 빛에 비친 햇살처럼 차안은 열기로 가득하고…
백년만의 눈이라고 빈이외할머니는 밤새도록 내리는 눈이 이쁘다고 보시고 계셨다고 합니다. 어제 결혼식이나 바쁜 약속이 있던 분들은 참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입니다. 빈이외할머니도 결혼식이 있어 갔더니 사람들이 썰렁하다나요…눈때문에 도망가던 강도가 쉽게 잡히고 결혼식등은 장사?가 잘안되고 여하튼 몇십년만의 눈이 사람들의 하루일상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든 하루였습니다.
어릴적 눈이 오면 어린 아이들은 신이 납니다. 오는 눈을 맞으며, 내린 눈으로 눈싸움과 눈사람을 만들고 눈밭에서 씨름하고 뛰어다니고 조금 큰 아이들은 산에 가서 산토끼를 잡는다고 아침부터 난리가 납니다.
토끼는 앞다리가 짧아서 산위에서 내려오면 잘 뛰지를 못하기 때문에 산정상까지 올라가면서 눈위의 토끼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다 토끼가 눈에 뛰면 아래로 몰아 내립니다. 눈이 와서 산길은 푹푹 꺼지고 아래로 뛰어 도망을 가려니 이 다리 짧은 놈이 자꾸만 코를 눈밭에 박으려 하니 제 놈이 몇 발자국 뛰다 안돼겠는지 자꾸만 옆으로 뛰는 바람에 한참을 잡으려 뛰다 보면 어느새 옆동네 뒷산까지 와버리고 재수가 좋아 잡으면 의기양양 돌아오지만 혹 놓치고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멀기만 한지…
그래도 오후에는 신이 납니다. 뒷산 조상들의 선산의 무덤가 주변은 모두 잔디로 덮혀 있어 자연 눈썰매장이 되어 버립니다. 집에서 깨끗하게 씻어 놓은 비료포대에 볏집은 넣어 푹신푹신하게 넣은 다음 꼬마들은 아래에서 조금 큰 놈들은 제일 위에서부터 포대를 타고 신나게 내려옵니다.
내려오다 자빠지고 코를 박고 부딪치고 올라가다 넘어지고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는 지 모르고 어느덧 저녁 노을이 걸릴때쯤 눈물?에 젖은 옷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소죽을 끓이고 있는 사랑방 아궁이 앞에서 옷을 말리고 하루를 지냈던 기억들…
이제는 눈이 오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차가 막히면 어쩌나, 사고나면 어쩌나, 농작물에 피해가 가면 어쩌나…그래도 눈이 오면 세상은 하루만큼은 깨끗해 집니다. 세상의 눈은 하루를 깨끗이 더러운 것을 감추고 며칠을 그 더러움을 더 심하게 하지만 하루를 내린 비는 처음 하루는 세상의 참 더러운 것을 밖으로 드러나 보이게 하지만 그 뒤의 세상을 맑게 하는데 세상의 사람들은 비보다는 눈에 좋아 보이는 눈이 좋은가 봅니다.
3월 9 2005
요즘 대학생?
어제 우리회사 회장님이 운영하시는 장학재단의 장학증서 전달식이 있어 부산의 명문사립 D대에 갔다왔다. 회장님이 몇년째 그 학교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을 해마다 몇 천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기부도 수십억원씩 하다보니 총장, 이사장, 총동문회장 등이 참석한 조금은 큰 행사였다.
옛날에 사진동우회를 한다고 깜짝거리다가 우연히 회사 주총때마다 증거사진?용으로 찍사를 하다보니 어제도 계속 사진을 찍으시던 분이 집안에 일이 생겨 할 수 없이 대타로 또 열심히 찍으러 갔다.
옛날에는 사진을 찍으면 다른 사람들이 엄숙한 가운데 움직이고 플레시 터트리는 일이 무지 겁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사진동우회의 어느 작가분이 사진을 찍을 때는 특히나 단체나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그 사람을 사람이라 인식하지 말고 움직이는 피사체라고 생각하고 좋은 장면을 위해서는 무조건 찍으라고 해서 일단은 안면 몰수하고 찍고 본다.
학교 졸업후 몇년만에 학교의 평일 일상속으로 들어가보니 참 그때는 그렇게 무슨 고민들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괴롭고 힘들고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힘들었는데 지금도 아마도 그러리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여자 신입생들은 한껏 멋을 부리고 나왔으나 금새 들통이 나고 남자 학생들은 여전히 고등학생 티가 줄줄 흐른다. 옛날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교 정문에서부터 선배들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우선 학교 동아리에서 정문부터 도서관까지 이어지는 길다란 신입생 유치용 의자들이 늘어선다. 태견이나 검도 동우회의 시범, 만화동아리, 컴퓨터 동아리…저마다 동호회의 장점을 이야기하면 한명이라도 더 들일려고 고함소리에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경기가 불황이라 취업이 불황이라 학교에 입학하면 도서관부터 찾는다고 한다. 우리 시절에 1학년때는 도서관이 어딘지도 모르고 열심히 놀고 총맞고 열심히 재수강해서 졸업하고 취업하고 했는데 어제 가면서 새학기가 시작되어 참 활기찬 모습을 기대하고 갔는데 지금은 그 시절이 추억속에서만 있는가 보다.
By vinipapa • 엄마아빠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