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여러 인터넷 매체나 방송에서 워낭소리를 독립영화의 승리라고 떠들어 대고 이 촬영장소에 벌떼들처럼 몰려들어 조용한 시골이 난리가 났다고 하길래 인터넷을 검색도 해보고 대강의 영화 내용을 알고 집에 설치된 프로젝트를 통해 보았답니다.

우리 어릴적에는 대부분의 집에 소가 한마리씩 있었습니다. 특히나 우리집에는 정말로 워낭소리의 소처럼 순하고 나이가 많은 소가 있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의 결혼선물로 예전 글의 시계와 같이 받은 소였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팔았으니 근 이십여년을 우리와 같이 살았습니다. 예전의 소한마리로 아들 몇 명의 공부를 책임지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노동력을 대신해 줄 수있는 요즘 시세말로 보물 1호였지요.

그런 소를 귀하게 여겨 방학이 되면 매일 새벽에 소를 먹이러 나서고 또 오후에 소를 먹이러 근처 산에 풀어 놓고 저녁 무렵에 찾으러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녀석은 워낙 순하고 영리해서 저녁무렵이 되면 알아서 우리가 오후 내내 멱을 감고 놀이를 하면서 해지기를 기다리는 곳에 내려와 풀을 뜯었지만 다른 놈들은 산을 넘어가기도 어느 곳에 주저앉아 내려올 기색이 없어 해가 지는 무서운 산을 주인이 찾아가고 혹시나 잃어버려 혼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게했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갔습니다. 어느날 외양간에 그 늙은 소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너무 늙고 힘도 없고 특히나 새끼를 낳을 수가 없어서 더이상 먹이고 키울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소는 우리에게 노동력과 새끼를 통해 금전적인 이유를 주는 이상 필요한 도구였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습니다. 덩그러니 목에 달아두었던 '워낭'만 두고 떠나 버렸습니다.

사람이나 동물들은 그 사람의 품성에 따라 주위의 물건이나 친구들이 모이는가 봅니다. 영화에서 늙은 촌부의 손에 들린 그 누런 워낭을 보면 동그랗고 아담한 것이 죽은 소의 심성를 닮았느가 합니다. 어릴 적 곁을 떠나버린 우리 가족에게 은혜로운 그 소의 뿔은 앞으로 치솟지도 못하고 자기를 향해 뻣어 있엇고 목에 달린 워낭도 아주 동그랗고 조그마한 것이 걸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어느 절에서 울려나오는 종소리 같았던 기억입니다.